2009 라세티 프리미어과 1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.
세리는 18만 km 달린 베테랑이다.
그러나 세리를 타기 전까지 나는 제대로 된 운전경력이 없는 초보였다.
가끔 부모님 운전기사 해드리고 쏘카나 아스팔트8로 운전을 했었다.
그래서 밟으면 잘 가고 잘 멈추는 게 차의 미덕이라 생각했다.
막상 세리를 1년 정도 타고 다니면서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.
그중 대표적인 것은 가속이었다.
차가 정차된 상태에서 출발 할 때 너무 느렸다.
앞 차와의 간격이 민망할 정도로 벌어져서 늘 조급했다.
한강대교나 반포대교에서 우회전 차선에 줄 서 있으면 많은 차들이 내 앞으로 끼어들었다.
그럴 때마다 와이프는 덕 쌓는 거라고 말해주었고 그걸로 멘탈 관리했다.
그렇다고 좀 밟으면 RPM이 확 올라가면서 엔진에 영 좋지 않은 소리가 난다.
폭발이라도 할 것 같아서 무섭다.
처음엔 내가 초보라서 엑셀밟는 습관이 안 좋은가 싶었다.
하지만 아니었다. 그게 아니었다.
좌회전 신호를 받을 때 어정쩡한 위치에서 시작하면 마음이 불안했다.
가속이 늦어 내 앞에서 신호가 바뀔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.
더 문제는 나는 통과하고 뒷 차들이 나 때문에 통과를 못 하는 경우다.
트렁크쪽에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.
집 도착 전에 좌회전 신호를 꼭 받아야 하는 곳이 있다.
한강대교 북단 교차로는 2개 차선 좌회전이라 좀 낫다.
강변북로에서 나와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좌회전은 항상 긴장된다.
두 번째는 오르막길에서 힘을 못 쓴다.
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오르막을 만나면 시속이 급격히 떨어진다.
100에서 90으로 또 80, 70으로 하염없이.
6단 기어의 낮은 RPM으로 힘겹게 올라간다.
그러다 5단 높은 RPM으로 부앙거리면서 바뀐다.
그때 엔진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다.
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짜증과 스트레스가 났다.
고속도로는 그나마 탄력이 있어서 다행이다.
남태령 고개.
끔찍했다.
세 번째는 에어컨이다.
한여름에는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했다.
뭐가 안 좋은지 시원해지질 않았다.
그리고 엉덩이에 땀이 차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.
새차에는 내 필히 옵션에 추가하고 말겠다.
이제는 엔진이 많이 안 좋은지 엔진 경고등은 기본으로 켜져 있다.
쉐보레 원효지정서비스에 2번 정도 다녀왔다.
단계별로 확인을 해야 하는데 금액이 점점 커진다.
오래된 차라서 지갑이 크게 열리지 않았다.
그래서 소소하게 몇 개만 수리를 받았는데 소용이 없었다.
며칠 전엔 신호 대기 중에 마침내 시동이 꺼졌다.
이 몇몇의 경험들은 신차를 선택할 때 주요한 기준이 되었다.
운전할 때마다 똑같은 포인트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과
그 스트레스가 예상되는 스트레스까지 아주 겹겹이 날 괴롭혔다.
폐차보다 해외 수출용으로 팔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한다.
그렇게 하려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.
내가 겪은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.
결국 폐차를 결정했다.
그래도 나름 세리라는 애칭도 달아주고 친근하게 지냈다.
중고차지만 나름 첫차이기도 하고.
결혼 전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곤란할때마다 큰 도움을 주었다.
곧 폐차가 될꺼라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쓰린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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